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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앉아/서랍장 (국어/교육)

2012년 01월 01일 일요일.


 생각해보니 정확히 1년만에 하는 수업이다. 방과후 수업 일정을 한 달전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수업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 갑작스레 다른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이유도 있겠지만, 모든것은 순전히 나의 게으름 때문이다. 더구나 수업 시작일을 3일로 잘못 알고 있다가 수업 전날 저녁인 오늘에서야 일정표를 확인하곤 부랴부랴 학습지를 만들고 있다.

 나는 내일부터 중학교 1학년 학생들과 방과후학교 국어 수업을 한다. 대체로 방과후 학교에선 국어 영어 수학과 같은 주지교과 수업은 내신 선행 학습을 요구한다. 대부분의 해당 선생님들 역시 교과서 내신 위주의 선행학습 수업을 한다. 나 역시 그런 암묵적인 요구에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다만 18종 교과서중 일부러 아이들이 사용하는 교과서에 맞추지 않았다. 다른 내용과 활동을 보다 유연하게 계획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과후 수업은 선행학습보다 정규수업 시간에 부족했던 여러 교과 활동을 보충 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국어과를 예로들어, 아이들의 수행정도와 성취도에 따라 공감적 언어능력을 기르는 활동을 계획 한다거나 문학 작품을 실제로 창작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거나 아니면 전 학기에 배웠던 문학작품의 작자들을 따로 모아 탐구 활동으로 수업을 계획할 수도 있다. 내신 선행 학습은 무엇보다 다음 학기에 배울 교과서의 내용을 미리보기하여 정규 수업 때 아이들의 학습 관심도와 수업 참여율은 떨어트리고, 단기 교재를 사용한 토막 지문 읽기와 문제풀이 중심 수업은 아이들의 언어활동을 방해하고 능력 향상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방과후 수업이 오히려 자신들의 고유한 교육 영역을 확장하지 못한 채 사교육의 모습으로 닮아가는 것은 안타까운 모습이다.

 방과후 수업은 학교 정규수업 이외의 시간에 실시하는 수업이다. 입시 교육의 틀 속에서 선택권이 많지 않은 중등 교육기관보다는 초등 교육기관에서 좀 더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사교육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실시한다고는 하지만 이와 같은 이유 등으로 공교육의 신뢰도나 내실화에 얼마큼 기여하는지는 의문이다. 참고로 지금의 학교는 1년을 4분기로 나눠 꾸준히 방과후 수업을 개설하고 있는 듯 하다. 학년별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의 수업이 하나씩 개설되어 있고 배드민턴이나 축구와 같은 체육활동 그리고 중국어회화와 독서논술반, 보컬반도 있다.

 내가 지금의 아이들 열두명과 함께 할 수 있는 최선의 수업은 무엇일까. 어느 곳에서나 내가 아이들에게 선생님으로 불리길 원한다면 어제의 아이들과 오늘의 아이들 그리고 내일의 아이들을 대할때마다 나는, 매번 같지만 제각기 다른 아이들에게 알맞는 수업을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우선 교사용 문제집의 단순한 녹음기가 되지 않아야 하고, 칠판 앞에 돌처럼 굳어져 스스로 교육방송 채널이 되지 않아야 한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를 앞으로의 이 수업 일지는 최소한 내 고민에서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반성이고, 스스로 좋은 선생님이 되겠다는 2012년의 첫 다짐이며 계획이다. 스스로 고민하며 반성하기 위해 무턱대고 글을 쓰기로 했다. 물론 그 고민과 반성은 나를 성장하게 할 것이고 선생님이 되기 위한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리라 믿는다. 또한 혹시라도 있을 다른 이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블로그라는 공개된 곳에 쓰기로 했다.

 아이들 앞에서 무언가를 가르치는한 나의 글쓰기가 계속 되길 바라며 또한 나와 함께 배우는 아이들과 아이들을 가르치는 동료 선생님들과 부끄럽게도 나의 글을 읽어주는 모든 사람들과 같은 고민을 시작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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