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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니/유리창 (시선/생각)

희망버스가 정차하는 희망정류소를 세워주세요.


 



매년, 올 한해 여름이 가장 덥고 지금 겪는 겨울이 가장 춥다고 생각이 들듯이
올해처럼 장맛비가 지리하고 또 억수같이 내린 적이 있었던가 싶습니다.
매년, 힘들게 투쟁하는 노동자들을 보지 않아온 것도 아니지만
또 올해처럼 이렇게 힘들게 투쟁하고 또 탄압받는 노동자들이 주변에 있었던가도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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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여름, 수많은 사람들이 부산의 영도 그 곳 35m 크레인 위 한 노동자기억합니다.
물론 우리는 쌍용 해고 노동자들의 잇단 죽음 소식과 유성 파업 노동자들이 피 흘리던 모습 역시 기억 할 것입니다.
그렇게 우리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아직 '과거'와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대체하기엔 여전히 '희망적'이지만은 않음을 알고도 있습니다.

어제(14일) 있었던 서울시청 대한문앞 집회를 잠시 다녀왔습니다.
진보신당의 노회찬과 심상정, 그리고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 해결과 노동자들의 정치 탄압을 반대하는 '단식'을 시작하였고, 전국 곳곳의 장기투쟁사업장 노동자분들이 이에 지지와 동조 단식을 위해 함께한 집회였습니다.

푸른 작업복 차림의 한진 해고 노동자, 유성의 파업 노동자
그리고 재능교육, 쌍용자동차, 현대자동차, 발레오공조, 국민체육진흥공단...


 


비정규직 문제와 대규모 정리해고 문제 그리고 더욱 거세지는 노동탄압을
단지 신자유주의 혹은 그 세력의 문제라고 분노하기에는
우리의 노동현실과 우리 주변 곳곳에서 수많은 이들이 섬처럼 외롭게 싸우고 모습 때문에라도
그들의 힘찬 투쟁 발언과 투쟁가보다는 비에 젖은 노동자들의 등허리를 먼저 쳐다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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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으로 내려가는 희망버스 198대에 1만여명의 사람들이 몸을 실었습니다.
저들을 연대한다는 수많은 깃발과 소통은 자못 뜨겁고 아름답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 편으론 대한문 앞의 수많은 장기투쟁 사업장 노동자들을 보며 이런 생각도 듭니다.


왜 현장 노동자가 현장에 있지 못하고 서울로 올라와야만 했는지,
왜 (노동자의 삶을 바꿔내는) 정치인과, 왜 (노동자의 투쟁을 연대하는) 노조 위원장의 단식에
현장에서 탄압받고 투쟁하던 노동자가 올라와야 했는지 말입니다.

무엇보다 밥을 든든하게 먹고 국회에서 거리에서 현장에서 저들을 대변해야 할 이들이,
노동현장에서 저들의 투쟁을 가슴아파하고 또 공유하며 조합원들을 만나야 할 이들이
'갑자기' 서울 한복판에서 단식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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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으로 달려가는 희망 버스의 모습은 분명 너무도 아름다운 모습이지만
35m 크레인 위에서 노동의 현실을 절절하게 호소하는 한 노동자의 모습은 정말 위대하지만

그 노동자가 35m 크레인 위로 올라간 이유는 분명
그 노동자가 200여일 가깝게 견뎌낼 수 있는 이유는 분명
자신의 발밑에서 또 전국에서 외롭게 싸우고 있을 수많은 노동자 한명 한명일 것입니다.


달려가는 우리도 희망이지만, 현장에서 작은 불씨를 지피고 있는 노동자들이야말로 희망입니다.

아니, 어쩌면 우리 스스로를 희망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저들 스스로가 만든 희망입니다.

어느때보다 많은 이들이 '희망'과 '노동'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는 이 때에
우리의 희망버스는 빠른 직행버스보다는 노선도를 갖고 국도를 달리는 좀 더 따뜻한 간선버스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리고 365일 언제나 우리 주변에서 '희망 정류소'로 굳건하게 서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았습니다.
집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듯이, 우리들의 자발적이고 일상적인 연대가 자리잡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보았습니다.

그렇게 지금은 한반도 제일 아래 35m 크레인 위의 한 노동자를 종착역으로 하는
배차시간은 좀 길더라도 전국의 수많은 투쟁사업장 수많은 투쟁하는 노동자들 앞에
먼지 풀풀 날리며 희망이 정차할 수 있는 희망의 정류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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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만들어봤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아이디어를 제공한 서울시에 감사합니다.

* 클릭하면 확대해서 볼 수 있습니다.
* 표기된 연락처는 '진보신당' 연락처입니다. 이 내용과는 전혀 무관함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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