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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니/유리창 (시선/생각)

두물머리에 작은 텃밭들이 봄처럼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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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생명이 손 잡는 두물머리

흐르는 강에 시멘트가, 자라는 땅에 아스팔트 기름이 부어질 그 곳을 지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비옥한 땅에 작은 텃밭들이 봄처럼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이 곳은 내 땅이요. 우리의 땅이요." 하면서 말입니다.



오늘은 감자 심는 날!
평일 아침, 망우역 8시 30분

위원장 형님은 등산복도 아닌 출근복도 아닌

신라 호텔에는 절대 들어갈 수 없다는 바로 그! 추리닝을 입고 나타나셨습니다.



다음 차를 타고 오신 정우아빠님도 곧 도착하고 그 곳 농민분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두 분다 비슷한 옷차림에 하얀 모자를 쓰셨네요.

앞으로 우리가 감자도 심고 고추도 심고 깻잎도 심을 텃밭이 농민분들 도움으로 잘 섞여 있습니다.

3일 전에 오신 형님 누님께서 퇴비도 골고루, 씨감자도 깍둑깎둑 썰어놓아 가셨습니다.




드디어 우리의 나와바.. 아니 우리의 구역(?)이 도랑길따라 모습을 드러냅니다.

40평정도 된다고 하네요. 그 사이에 정우아빠님께서

도랑을 파고 감자를 심는 요령에 대해서 많이 알려주셨습니다.

대부분의 밭이 위아래로 비닐을 덮어 토양유실을 막고, 습기와 온도를 유지시켜주지만

저희는 땅 그대로 감자 그대로 비닐없이 심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고랑과 두둑도 넓지 않게 만들었어요. :)





삽과 괭이를 이용해서 두둑과 도랑을 만들고 있습니다.

고작 한 두 줄 만들었을뿐인데 그새 콧등이 벌겋게 따끔거리고 오른손은 떨리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바로 옆으로 흐르는 북한강과 남한강의 만남이 너무도 정겹습니다.

꽃향기 머금고 불어오는 봄바람이 너무도 향기롭습니다.




그새 40평 남짓 텃밭에 밭고랑이 만들어졌습니다.

이곳에서 기른 갓김치와 여기서만 맛볼 수 있다는 지평 막걸리를 얻어 먹었습니다.

그새 다른 분은 마눌님의 닭볶음탕을 집에서 몰래 가져왔습니다.

아, 세상은 참 아름답습니다.




드디어 씨감자 셋팅!

두둑 위에 한두어뼘 간격으로 씨감자를 주루룩 올려놨습니다.

하나하나 곧 저 두둑 안으로 따뜻하게 들어가야겠지요. 그리곤 옴짝거리며 새싹을 내밀 겁니다.

아, 그리고 씨감자의 색이 왜저리 잿가루 뒤집어 쓴 거 같냐고요?

네 맞아요. 잿가루를 뿌려두면 나쁜 균이 없어져서 좋다네요.




데! 가 모다!

일부러 조금 여유공간을 남겨두고도 열 줄 정도의 두둑을 만들었는데

씨감자를 올려놓으니 다섯줄이 채 되지 않습니다.

너무 촘촘하게 심은걸까요? 아니면 씨감자를 너무 크게 자른걸까요?

괜찮아요. 정우아빠님이 촘촘하게 심으면 오히려 잡초도 덜 생기고 좋다고 하네요.

남은 공간에는 다른 작물을 심으면 되겠고요. 다양한 작물을 심으면 텃밭에 손길도, 수확의 기쁨도 더 많아지니

그만큼 애정도 더 가겠어요 :)




여기서 잠깐,
위원장님도 할 줄 아는 감자 심기 방법입니다.

(비닐을 덮지 않으므로 두둑이 좁기 때문에 위에서 아래로 심는 것이 아니라

두둑의 옆곡면에 심는답니다. 그러면 모양을 못생겨도 더욱 맛도 영양도 좋은 감자가 만들어진데요.)

첫째. 한 손에는 씨감자를 한 손에는 호미를 쥐고 두둑의 옆 경사면을 노려봅니다.

둘째. 노려보았던 바로 그 곳을 0.1s의 속도로 호미로 찍어 파냅니다.

셋째.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0.3s의 속도로 씨감자를 집어 넣습니다.

(씨감자의 씨눈은 위로 향해야 좀더 수월하게 자란데요.)




밭 한 켠에는 유치원 아이들이 짝꿍 손을 잡고 뛰어 놉니다.

사람과 자연은 있는 그대로가 가장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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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희 도 얻어먹었어요.

윤기 자르르 쌀밥에, 바삭바삭 생선구이에, 짭조롬한 감자조림, 아삭한 갓김치, 그리고 시원한 콩나물국까지.

역시 '여기서만 맛 볼 수 있다는' 지평 막걸리와 함께!

자연 속에서 흘린 노동 뒤에 오는 꿀맛같은 밥맛이야 당연하지만

정말 정말 이것은 음식 자체가 너무 맛있었습니다.

아, 세상은 참 아름답습니다.




팔당을 지키고 생명을 살리는

거기다가 아름다운 자연과 잊고지낸 자신의 땀내까지

진보중랑 텃밭 가꾸기는 계속됩니다.

투 비 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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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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