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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설레/도시락 (소풍)

[소풍] 도시 속의 바다 소래포구

'소래포구는?'

갈매기가 한가로이 날개짓 하며 지평선 보이는 바다는 없었지만

아파트 섬 속 고동을 울리며 출항하는 통통배와 사람 발길 끊이지 않는 비린내가
그새 그리워지는 곳
소래포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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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군포에서 시험이 있던터라 평소에는 거리가 멀어 엄두를 내지 못했던 소래포구를 가게 되었다. 4호선 산본역에서 오이도역까지는 30여분 거리, 어림잡아 서울에서도 한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다. 그래서인지 더욱 매력적인 '지하철로 가는 바다' 오이도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오이도역 바로 앞에서 버스(30-2)를 타면 바다가 보이는 오이도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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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도 여러번 나와 다들 잘 알고 있듯 오이도는 한가로운 갈매기가 유유히 백사장에 발자국을 찍는 그런 곳은 아니다. 지평선 앞으로 송도 국제도시가 한창 솟아 올라 사뭇 다른 풍경 다른 느낌의 바다다.
오이도는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휴식을 즐기는 공원이기도 하며 빨간 등대까지 제방길이 일렬로 나있어 바람쐬러 나온 연인들과 작은 부두 선착장 어시장에서 싱싱한 해산물을 구경하는 노인들도 정겹다. 물론 좌측으로 늘어선 수많은 OO횟집, OO조개구이집 상인들의 시선을 피할수만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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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도역에서 소래포구가는 버스는 많지만, 오이도에서는 다시 역으로 돌아와야 하기 때문에 빨간등대 앞에 줄지어 있는 택시를 잡아 소래로 갔다. 가끔 1만원을 부르는 기사님도 잇는거 같긴 하지만, 미터기로 가면 8천원 내외로 도착한다.
빼곡한 아파트들 사이로 여기에 무슨 포구가 있겠냐고 묻겠지만 분주한 갈매기들과 더욱분주한 통통배들이 드다드는 소래는 분명 바다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바다가 아닌, 우리들이 알고있는 바다. 어부의 삶이 고층건물 사이에서 비린내처럼 유지되는 곳 소래포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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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포구는 말그대로 포구에 형성된 시장이다. 서울의 노량진 수산시장이 어항을 가득 실은 화물차가 드다느는 시장이라면 소래포구는 참으로 정직하게 싱싱한 해산물을 가득 실은 배가드는 시장이다.
휴일이나 대하나 꽃게철인 가을에 가면 시장은 정말 발디딜틈도 없이 붐빈다. (본인도 설마하며 갔지만 정말 발디딜틈도 없었다) 온갖 해산물과 젓갈들을 파는 시장안은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먹을거리가 있는 주변부로 쓸려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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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튀김은 생각보다 큰 대하를 사용하지 않는 듯 했지만 설마 맛이 없다면 당신의 입맛은 너무 까다로운게 아닌가 의심해보라. 포구 입구에는 오이도처럼 여러 식당들이 형성되어 있지만 자리들은 이미 가득가득 싱싱한 횟감들은 제각기 팔딱팔딱 상술이 들어설 자리는 없는 듯 하여 정겹다.
요행히 자리가 나서 바닥에 스티로폼을 깔고 회 한접시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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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이 아닌 시장 자판에서는 미리 준비를 해두고 파시지만, 바로 떠달라고 말은 한 번 건네보자. 광어,우럭,도미,전어를 합쳐 1만원이다.
한쪽으론 사람들이 쉴새없이 밀려가고 한쪽에선 출항을 준비하는 청년들과 말라가는 해산물들이 정신없다.
소주라도 한 병 굴뚝같지만 짜증낼법도 한 친구님의 조용함에 말없이 회 한점 올캉 넘기고 만다. 아, 그래도 조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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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래에서 걸어 10분도 채 안되는 거리에 '소래습지생태공원'이라는 곳이 있다.
오랜시간 대중교통에 지치지 않았다면, 사람들에 떠밀려 녹초가 되지 않았다면 잠깐 들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단, 오며가며 깔끔하게 포장된 도보와 어디서나 반짝일 편의점 간판을 찾는 당신은 서둘러 돌아오길 권한다.








'그래서?'


소래포구는 나에게 반짝이는 바다다.
틈만 나면 바다가 그립다는 젋은 도시남녀의 바다가 아니라
지금도 괴물같은 아파트의 강(江) 사이로 출항하고 만선의 고동소리를 울리는 반짝이는 바다다.
"오빠가 바다 구경시켜줄게" 구두 신은 연인 손을 잡고 간다면 그녀들의 사이가 위태로워질 수 있겠지만
지하철에 앉아 맞은편 창가의 풍경과 버스 뒷자석에 앉아 올라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생각하고
만선횟집 대형간판 아래에서 호객하는 오이도의 손짓과
버려진 게껍질들 위에서 엉킨 그물을 정리하는 시커먼 얼굴을 보아온다면
싱싱한 해산물과 끈적이는 비린내는 우리에게 충분히 반짝일 것이다.


서울에서 오이도를 오가는 몇가지 방법이 있지만, 저는 지하철을 이용 4호선 오이도역까지 오셔서
버스 혹은 택시로 소래포구 가는 것을 추천합니다.
버스가 좋으시면 여의도에서 소래포구 직행버스도 괜찮은 방법일 것 같아요.
1호선 동암역이나 인천선 터미널역에서 시내버스를 타는 것은 초행길엔 위험해요. 길도 막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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