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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설레/날적이 (일상)

여름날 공상


 2010.06.10.



북아일랜드의 가수가 검색이 되지 않았다. 랭보와 벤자민 블레히트 니체 등의 글들은 너무 길었다. 여름 날 비닐하우스에 모여앉아 모닥불을 피운 채 일기를 쓴다면 어떨까를 생각했다. 왜 나는 싸구려 스탠드을 구입하며 형광등과 백열등의 차이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았던 걸까. TV광고에서 떠드는 촉촉한 피부가 이런 느낌이라면 사람들은 왜 저런 보습제 따위에 지갑을 여는 것일까. 분명 피부와 피부 사이에 습지와 같은 곳이 있다면 그 곳엔 꿈틀거리를 연체동물들이 살 것이다.

 

땡볕 속 정류장에 서있기가 힘들다. 버스는 언제 도착하는지 알려주지 않는다. 문제는 간혹 왼쪽 자리는 뜨겁다는 것이다. 차라리 동네골목을 걷는다. 마트 앞에 절반가격에 내놓은 아이스크림들의 상태가 걱정되지만 그보다 여전히 뜨거운 오뎅을 파는 분식집 아줌마도 걱정이다. 검정 정장을 차려입은 처녀가 내 얼굴을 쳐다보며 '화기'를 운운한다면 뜨거운 오뎅국물을 권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십자가를 짋어진자가 지하철 하나를 누비고 다니며  '질그릇 인생'을 이야기한다면 나는 절반가격의 아이스크림을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마른가지같은 손으로 또 다른 손을 잡는다. 다섯 손가락 하나 하나비집고 들어가 포개어 본다. 저녁 바람이 이곳에 보다 오래 머물게 하였지만 나뭇가지를 흔들지 못하는 바람은 더이상 바람이지 못하다. 그러나 나의 손은 여전히 따뜻했다. 과일가게 아저씨가 수박같은 머리통을 꾸벅거릴 때 나는 참외같은 너의 젖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러나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를 거침없이 흘러내리는 것이 있었다. 누구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 다행히 누구도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기에 괜찮았다. 외롭지 않으면 사람은 누군가를 죽이려들테니까.

 

다섯평 남짓한 방. 정리하지 못한 지난 겨울의 옷가지들이 한 켠에 매달려있다. 단추가 풀린 채 무기력한 생명없는 것들이, 저렇게 등짝과 등짝으로 엉덩이와 엉덩이로 서로를 의지하고 있다. 집단성교를 마친 그네들처럼 뒤엉켜 늘어져있다. 실밥이 터져버린 밑단은 수없이 많은 길과 수없이 많은 오물을 마주했겠지. 늘어진 목으로 숨이 턱턱 막힐 듯 몸뚱아리를 견디는 재봉선은 혀를 내밀었던 내 목줄기를 기억할 수 있을까. 토사물 같은 언어들을 어지럽게 쏟아내어 구토의 물증들을 찾으려 든다면 얼마나 의미없을까. 그래 나는 사소한 것들에 지쳐버렸다. 그래도 때때로 나는 스스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