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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니/유리창 (시선/생각)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 단상


 

교과부의 학교폭력근절대책을 주욱 읽어봤다. 무엇보다 대책 문건이 보도자료가 되어 나오기까지 수많은 이들의 진정과 노력 또는 미친듯한 밤샘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지만, 역시 현장의 당사자들인 수많은 교원과 학생들의 고민또한 얼마만큼 반영되었는지는 생각해봐야 한다. 서른장이 넘는 보도자료를 읽으며 불쑥 생각난 것은 헌병으로 군복무를 했던 나는 이와 비슷한 문건들을 참으로 많이 만들거나 보아왔다는 것이다. 대책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통제수단이 만들어진다는 것과도 같을 것이다. 애초에 학교를 통제기구로 볼수도 있다지만, 이 폭력예방이라는 미명아래 학교는 또다른 폭력의 기관이 되어버리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헌병 부대에는 영창이 있고, 나는 소총과 함께 곤봉을 지급받았으며, 적이 아닌 이들에게 포승줄을 묶는 방법을 배웠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공감하면서도 무엇보다 교원과 학생들이 서로를 적으로 느끼지 않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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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근절대책을 크게 세부분으로 나눠보자면 1. 주체들의 여건 향상2. 교육과정의 예방기능 확대 그리고 3. 사회와 가정의 예방기능 확대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자료를 읽고 몇가지만 적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우선 주체들의 예방 및 대처 여건 향상의 하나로 '교권'이라는 개념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교육자의 권위와 권리는 학생들에 의해 발생하지 교육기관에 의해서도 투철한 신고와 감시정신에 위해서도 발생하지 아니한다. 실질적인 업무의 효율적 분배 또는 학급당 학생수와 같은 교육환경의 질 개선이 없는한 생활기록부 기록과 면담 강화라는 '업무'는 어른들이 규정한 학교폭력이 학생과 학생간의 대결에서 학생과 교사들의 대결으로 확장될 것이다.

그리고 교육과정의 예방기능 확대로 교과수업(국어, 사회, 도덕)에서 인성교육을 강화하고, 체험활동(체육, 예술, 독서)을 확대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말그대로 언론보도용에 지나지 않는다. 어느때보다 맹렬한 입시위주의 교육이 교과부의 현행 교육과정의 영어-수학 중심의 집중이수제로 진행되고있지 않은가. 지금도 수많은 비주지교과 교원들은 과원 또는 상치교사가 되어 학교를 순회하거나 전공을 바꾸고 있다. 협동학습과 자기주도학습을 근간으로 하는 독서-토론 활동은 이러한 교육과정의 변화 없이는 가능한 일이 아니다.
또한 '인성'을 입학사정관제의 평가요소로 반영한다는 부분이 있는데, 여전히 대부분의 아이들이 방학이 끝나가는 이 시기에 봉사가 아닌 점수를 따기 위해 눈을 번뜩이고 있다. 자 이제 인성은 어떤 점수를 받아야 할까. 한 친구에 칭찬 백번하고, 고운말 하루에 한번씩 사용하고 도장받기?

마지막으로 가정의 교육 기능 확대로 '밥상머리 교육 캠페인', 수요일을 '가족 사랑의 날'로 선정하여 기업의 정시 퇴근, 요식업체 등의 할인 등을 협조 제안한다고 한다. 아니 손주를 본 내 엄마가 마트에서 하루종일 서서 일하고 정년이 지난 내 아빠가 최저임금도 감사해가며 건물 관리를 하고 있는판에, 학생들의 형과 누나가 말도 안되는 등록금과 함께 배움의 기회를 잃거나 청년 실업에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교육기관으로서 제대로된 교육적 협조를 구한다면 당연히 노동부와 재정부에 고용불안과 정리해고 반대, 임금 인상의 요구안을 제시해야지. 정시 퇴근과 식당 할인이라니.

무엇보다 <"학교폭력은 학교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해결의지에 따라, 각계 각층의 대안을 심층적으로 검토하여 마련되었다.>는 보도자료 첫 문장은 자연스레 한 문장으로 바꿀 수 있을 듯하다. <"학교폭력은 학교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강력한 해결의지에 따라, 학교에 공권력을 투입하였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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